생후 3주쯤 됐을 때였어요. 그때까지는 그나마 먹이고 재우는 패턴이 어느 정도 잡혀가던 참이었는데, 어느 날 저녁 7시쯤부터 아기가 갑자기 달라졌어요. 얼굴이 빨개지면서 발을 배 쪽으로 잔뜩 끌어올리고, 목이 터지도록 우는 거예요. 먹여봐도 소용없고, 안아봐도 안 되고, 기저귀도 멀쩡하고. 2시간 넘게 그러고 나서야 갑자기 방귀를 뀌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잠이 들었어요. 그게 영아산통이었어요. 처음엔 어디가 심하게 아픈 건지 싶어서 응급실을 가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영아산통이 뭔가요
영아산통(Infantile Colic)은 건강한 아기가 뚜렷한 이유 없이 하루 3시간 이상, 일주일에 3일 이상, 3주 이상 반복적으로 심하게 우는 상태를 말해요. 보통 생후 2~3주에 시작해서 3~4개월이 되면 자연스럽게 사라져요.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어요. 장 내 가스 축적, 미성숙한 소화 기관, 장내 미생물 불균형, 과자극에 대한 예민한 반응 등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딱 하나로 정리되지 않아요. 쉽게 말하면 아기의 소화 시스템이 아직 덜 발달해서 생기는 과도기적인 현상에 가까워요.
중요한 건, 영아산통 자체는 아기한테 해롭지 않아요. 아프고 불편한 건 맞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대부분 아무 문제 없이 잘 자라요. 다만 그걸 지켜보는 부모가 너무 힘든 게 문제예요.
영아산통인지 다른 문제인지 어떻게 구별하나요
영아산통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대가 정해져 있다는 거예요. 대부분 저녁 5시에서 밤 10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나타나요. 낮에는 멀쩡하다가 저녁만 되면 자지러지게 우는 패턴이 반복된다면 영아산통을 의심해볼 수 있어요.
영아산통 때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 있어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양 주먹을 꽉 쥐고, 발을 배 쪽으로 당기거나 다리를 뻗으면서 울어요. 배가 평소보다 단단하거나 팽팽하게 느껴지고, 방귀를 뀌거나 배변 후에 갑자기 울음을 멈추는 경우가 많아요.
반면 아래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단순한 배앓이가 아닐 수 있어요.
- 열이 38도 이상 동반될 때
- 구토가 심하거나 대변에 혈액이 섞여 나올 때
- 수유량이 갑자기 크게 줄었을 때
- 아기가 축 처지거나 반응이 없을 때
- 울음 패턴이 저녁에 한정되지 않고 하루 종일 지속될 때
이런 경우라면 소아과에 바로 가야 해요. 영아산통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다른 원인, 예를 들어 장중첩증이나 탈장 같은 경우도 있거든요.
영아산통, 집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
완벽한 해결책은 없어요. 솔직히 말하면 이 시기는 그냥 버티는 게 답이에요. 다만 아기가 조금이라도 편해지도록 도와줄 수 있는 방법들은 있어요.
배 마사지를 해주세요. 아기를 눕혀서 배꼽 주변을 시계 방향으로 가볍게 원을 그리듯 마사지해 주면 장 운동을 도와줄 수 있어요. 너무 세게 누르지 않아도 되고, 따뜻한 손으로 부드럽게 하는 게 중요해요.
자전거 다리 운동을 시켜주세요. 아기 발목을 잡고 자전거 페달 밟듯 번갈아 배 쪽으로 밀어주는 동작이에요. 장 속 가스를 움직이는 데 도움이 돼요. 저는 이게 제일 효과가 있었어요. 방귀를 뀌면서 울음이 잦아드는 경우가 꽤 있었거든요.
엎어 안아주세요. 아기 배가 어른의 팔뚝 위에 오도록 엎드린 자세로 안아주면 배 압박이 가스 배출에 도움이 돼요. 다만 이 자세는 반드시 어른이 안고 있을 때만 해야 하고, 재울 때는 절대 엎드린 자세로 두면 안 돼요.
백색소음과 움직임을 같이 써보세요. 진공청소기 소리, 드라이기 소리, 빗소리 같은 백색소음을 틀면서 아기를 안고 살살 흔들어주는 게 효과 있는 경우가 많아요. 차를 타면 신기하게 울음을 멈추는 아기들이 많은데, 엔진 진동이 백색소음과 비슷한 원리예요.
젖병 선택이 배앓이에 영향을 줄까요
영아산통의 원인 중 하나로 수유 중 공기를 너무 많이 삼키는 것이 꼽히기도 해요. 특히 젖병 수유를 하는 경우, 젖병 구조에 따라 삼키는 공기량이 달라질 수 있어요.
배앓이가 심한 아기한테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건 공기 유입을 줄이는 벤트 구조가 있는 젖병이에요. 많이 쓰이는 제품으로는 닥터브라운, 필립스 아벤트 내추럴 같은 제품들이 그런 구조예요.
다만 젖병이 배앓이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주는 건 아니에요.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고, 바꿔도 별 차이를 못 느끼는 경우도 있어요. 젖병보다 수유 자세와 트림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아요.
수유 중간에 트림을 시켜주세요. 한 번에 다 먹이고 나서 트림 한 번 시키는 것보다, 중간에 한 번, 끝나고 한 번 이렇게 두 번 시키는 게 효과적이에요. 트림이 안 나온다고 바로 눕히면 삼킨 공기가 배 안에서 가스가 되거든요.
분유 선택이 배앓이에 영향을 줄까요
완분이나 혼합 수유를 하는 경우, 분유 종류를 바꾸는 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일반 분유보다 단백질이 부분 가수분해된 분유가 소화가 더 쉬워서 배앓이 증상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어요.
분유를 바꾸기 전에 소아과에서 먼저 상담받는 게 좋아요. 아기마다 반응이 다르고, 불필요하게 바꿨다가 오히려 변비가 생기는 경우도 있거든요.
분유를 바꿀 때는 한 번에 완전히 바꾸지 말고, 기존 분유와 섞는 비율을 조금씩 늘려가며 일주일 정도에 걸쳐 천천히 전환하는 게 아기 소화에 부담이 덜해요.
제 조카도 배앓이를 심하게 해서 분유를 바꿨더니 게워냄도 덜하고 우는 것도 줄어든 모습을 보면서 배앓이에 분유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배앓이를 심하게 한다면 차츰차츰 위에 설명한 것처럼 소화가 잘되는 A2가 들은 분유로 바꿔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거 같아요.
이럴 때는 소아과 바로 가야 해요
- 생후 3개월 미만인데 38도 이상 열이 날 때
- 울음이 갑자기 달라졌을 때, 평소보다 훨씬 날카롭거나 약해졌을 때
- 배가 눈에 띄게 부풀어 있거나 만졌을 때 아기가 심하게 반응할 때
- 구토가 분수처럼 심하게 나올 때
- 대변에 피가 섞이거나 대변 색이 검거나 흰색일 때
영아산통은 진단이 아니에요. 다른 원인을 다 배제하고 나서야 붙이는 이름이에요. 처음 겪는 거라면 소아과에서 한 번 확인받는 게 마음 편해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영아산통은 힘들지만 시간이 해결해줘요. 대부분 생후 3~4개월이면 자연스럽게 나아져요.
- 저녁 시간대에 집중되고 방귀 후 울음이 멈추면 배앓이 가능성이 높아요
- 배 마사지, 자전거 다리 운동, 엎어 안기가 그나마 효과 있는 방법이에요
- 젖병은 공기 유입 적은 제품이 도움이 될 수 있고, 트림을 두 번 시키는 게 중요해요
- 분유를 바꾸는 건 소아과 상담 후에 결정하는 게 좋아요
- 열, 혈변, 심한 구토가 동반되면 단순 배앓이가 아닐 수 있어요
이 시기에 제일 필요한 건 아기를 고쳐보려는 마음을 잠깐 내려놓고, 그냥 옆에 있어주는 거예요. 버티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괜찮아져 있어요.

0 댓글